신조어 필터링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방송·마케팅에서 꼭 알아야 할 ‘신조어의 수명’과 위험성에 대해 알아볼게요.

신조어의 매력: 빠르게 주목받고 공감 얻는 언어
마케팅과 콘텐츠 기획의 핵심은 “공감과 트렌드”입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 이후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에서는 신조어가 자주 활용됩니다.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손민수하다(누군가를 따라 하다)” 같은 표현은 한때 SNS와 광고, 웹드라마, 예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신조어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짧고 강렬하다는 것.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처럼 간단한 조합만으로도 강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세대 공감 코드로 작용한다는 점. 특정 연령대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우리끼리 통한다’는 소속감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셋째, 브랜딩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 전통적인 광고 문구보다 ‘병맛’, ‘짤방’, ‘짧은 말’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뇌리에 더 강하게 남습니다.
그러나 신조어는 유통기한이 짧고, 시기적·문화적 민감성을 내포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활용하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신조어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패하는 마케팅의 공통점: 신조어의 ‘무리수’ 사용
신조어 사용 실패 사례는 의외로 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세대 간 언어 충돌입니다. 예를 들어, 중장년층 대상 보험 광고에서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같은 단어를 쓰면 대부분의 고객이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광고 자체가 난해하거나 진지함을 해치는 사례로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신조어가 가진 원래 맥락을 무시한 채 사용하면 소비자의 반감을 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혜자롭다”는 표현은 원래 방송인 혜리의 이미지에서 파생되어 ‘가성비 좋은’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쓰였지만, 무분별하게 제품명에 남발되면서 오히려 브랜드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례입니다. 특정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비하적 신조어나, 여성혐오 혹은 지역차별이 담긴 단어가 방송 자막이나 마케팅 문구에 등장해 대중적 항의를 유발한 사례도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일부 방송에서 ‘갓물주(부동산 임대 수익자)’라는 단어를 가볍게 사용하다가, 청년층의 박탈감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민감함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도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즉, 신조어는 그 언어의 뉘앙스와 쓰이는 ‘커뮤니티적 맥락’을 함께 이해하지 않으면 순간의 재미가 브랜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획자는 어떻게 신조어를 필터링해야 할까?
그렇다면 콘텐츠 기획자나 마케터, 방송 작가는 신조어를 어떻게 선별하고 활용해야 할까요? 다음은 실무에서 적용 가능한 필터링 기준입니다.
① 수명 주기 파악하기
신조어는 짧게는 몇 주, 길어야 6개월~1년 정도 유행합니다. 따라서 트렌드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며, 과거 유행했던 단어를 마냥 따라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네이버 트렌드, 유튜브 인기 검색어, 틱톡 챌린지 키워드를 활용한 실시간 감지 시스템이 도움이 됩니다.
② 정확한 의미와 유래 조사
어떤 신조어가 만들어진 커뮤니티, 시초가 된 사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생”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현실 생활’을 의미하지만, 과거에는 인터넷 게임 커뮤니티에서 ‘게임보다 중요한 실제 일상’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면서 은근한 ‘게임 중독’ 의미가 내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모르면 의도치 않게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③ 브랜드 및 채널에 적합한지 점검
B2B 콘텐츠에서 “ㅇㅈ(인정)”, “쩐다” 같은 표현을 남발하면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10대 대상 틱톡 콘텐츠라면 “이거 완전 찐이야”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죠. 브랜드 톤앤매너, 소비자 연령대, 채널 특성을 고려해 ‘신조어가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④ 논란 가능성에 대한 내부 검토 프로세스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제 ‘신조어 품질검토 회의’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카피, 자막, 해시태그 문구에 포함된 신조어가 논란 소지가 없는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20대·30대·40대의 반응을 각각 비교하는 소규모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신조어는 감각이 아닌 전략이다
신조어는 분명 빠르게 공감을 얻고 이목을 끌 수 있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소비되고, 자칫 잘못 쓰이면 브랜드의 이미지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는 리스크도 큽니다. 따라서 콘텐츠 기획자, 마케터, 방송 작가들은 신조어를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 문화 코드이자 전략적 언어 자산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선별하고 조율하는 언어 감각,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콘텐츠 전문가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