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조어는 시대의 감정과 태도를 반영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신조어가 오래 살아남는 건 아닙니다.
어떤 단어는 한철 유행하고 사라지며, 어떤 단어는 10년 넘게 살아남아 일상어가 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2010~2020년대 신조어의 생존률을 비교하며,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들,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는 표현들을 나누어 분석합니다.
단어의 흥망성쇠 속에서, 우리는 세대와 시대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2010~2020년대 신조어 생존률 비교
🔍 2010년대 초반: 온라인 커뮤니티와 예능의 전성기
이 시기의 신조어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TV 예능에서 유래
주로 웃기고 가벼운 느낌의 감탄사형 표현이 많음
| 유행 신조어 | 현재 사용 여부 | 특징 |
| 헐 | 거의 안 씀 | 놀람 표현, 지나치게 많이 쓰여 피로감 유발 |
| 대박 | 간혹 쓰임 | 감탄 표현, 다소 구시대 느낌 |
| 스멜 | 사라짐 | 냄새가 난다 유머, 외래어 패러디형 |
| 낄끼빠빠 | 거의 안 씀 | 끼어들지 말란 의미, 특정 문맥에서만 쓰임 |
| 존맛/존예 | 변형되어 생존 | 줄임말로 발전해 여전히 사용중 |
🔄 2010년대 후반~2020년대: SNS 중심의 짧고 직관적인 언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X), 틱톡 등 SNS의 성장으로 신조어도 달라짐
줄임말, 자음어, 밈(meme) 기반 표현이 주도
| 유행 신조어 | 현재 사용 여부 | 특징 |
| 갑분싸 | 점차 사라짐 | 문맥 제한적, 피로감 유발됨 |
| 핵꿀잼 | 사라짐 | 과장 표현, 감정 전달이 과도함 |
| TMI | 살아남음 | 일상적으로 사용, 글로벌 확장성 있음 |
| 현타 | 여전히 사용 | 감정 표현의 뉘앙스를 잘 담음 |
| 킹받다 | 강하게 생존 | 유머와 감정을 동시에 전달, 범용성 높음 |
📊 생존률 경향 정리
과장된 감탄사형(헐, 대박, 꿀잼 등): 대부분 퇴장
짧고 상징성 있는 자음형/밈형(ㅇㅈ, 킹받다, TMI 등): 생존
줄임말 기반의 단어(스불재, 손절, 오히려 좋아): 상황 유연성 높아 계속 사용
지금은 안 쓰는 신조어, 왜 사라졌을까?
한때 온갖 댓글과 대화에 넘쳐나던 신조어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그 이유는 단순히 "유행이 지나서"가 아니라, 언어적 피로감, 맥락의 경직성, 시대 변화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 1) 너무 많이 쓰이면 피로해진다 — ‘헐’, ‘대박’, ‘헐퀴’
2010년대 초중반, 감탄사로 너무 자주 쓰이다 보니 진정성이 떨어지고 진부한 느낌으로 인식
“헐”은 이제 유아틱하거나 철지난 느낌으로 받아들여짐
“헐퀴” 같은 2차 변형도 유머성은 있었으나 지속력 부족
📏 2) 문맥이 제한적이면 금방 질린다 — ‘갑분싸’, ‘낄끼빠빠’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이라는 문장은 사용할 수 있는 맥락이 너무 협소
반복 사용 시 어색함 + 재미 반감 → 대화 흐름을 깬다는 인식으로 변질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도 명령형 어감이 강해 사용 기피
🚫 3) 비속어 유래/차별적 의미가 배경일 때 — ‘틀딱’, ‘급식충’, ‘급여충’
인터넷 용어 중 일부는 특정 세대나 집단을 조롱하는 말에서 유래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정치적 올바름(PC)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금기화
❗ 4) 유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촌스럽게’ 느껴질 때
“그건 대박이지~” 같은 표현은 실제로 통용은 되지만
MZ세대 내에선 "꼰대 느낌"으로 회피되는 경우도 있음
사용 시점에 따라 느낌이 바뀌는 대표적 사례
지금도 살아남은 ‘찐 신조어’의 조건
반대로, 5년 넘게 살아남으며 여전히 MZ의 언어로 쓰이는 신조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 1) 감정 표현력이 뛰어남 — ‘킹받다’, ‘현타’
‘화남’이나 ‘짜증’을 단순히 말하는 것보다 더 상황에 맞는 감정을 전달
“킹받다”는 짜증 + 웃김, “현타”는 허탈감 + 현실 직시 등
복합 감정을 간단한 단어로 압축
🔄 2) 다양한 맥락에서 쓰일 수 있음 — ‘ㅇㅈ’, ‘스불재’, ‘오히려 좋아’
‘ㅇㅈ(인정)’은 대화 중 상대 말에 가볍게 리액션 가능
‘오히려 좋아’는 반전 상황에서 긍정 마인드를 표현, 유머와 낙관을 동시에 전달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는 자기 자책, 짧은 개그, 상황 묘사까지 다양하게 활용됨
💬 3) 짧고 직관적 — ‘JMT’, ‘ㄱㅇㅇ’, ‘손절’
대부분 2~3음절 혹은 자음만으로도 뜻이 전달됨
문장 대신 단어로도 감정이 오가는 시대에 적합
모바일 중심 세대에 맞춘 입력 효율성과 전달 속도가 핵심
🌐 4) SNS 확산 + 밈 문화와 결합
‘킹받다’는 유튜브 밈 → 트위터 밈 → 현실 언어로 확장
유행 유입 경로가 많고, 밈으로 반복 소비되며 지속성 확보
마무리: 신조어는 ‘언어의 패스트패션’일까?
신조어는 그 시대의 정서, 세대의 감각, 기술의 변화가 반영된 언어입니다.
어떤 단어는 스쳐 지나가는 유행으로 잊히고,
어떤 단어는 시대를 넘어 새로운 세대의 언어로 자리잡습니다.
“신조어는 가볍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가볍지 않습니다.”
‘헐’이 사라지고 ‘킹받다’가 남는 건,
단지 단어의 운율이나 길이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는지,
그 속에서 언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죠.
앞으로 어떤 신조어가 등장하고, 어떤 말이 살아남을까요?
신조어를 단순한 ‘밈’이 아닌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매일 쓰는 말 속에서 사회를 읽는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