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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도 실렸다?! 신조어의 공식화 과정과 논란

by 신조어에 대한 모든 것 2025. 6. 30.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조어가 어느 순간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국립국어원의 자료집에 정식으로 등재되는 것을 보면, 시대 변화의 속도를 실감하게 됩니다. “짤”, “먹방”, “덕후” 같은 단어는 이미 널리 퍼져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갔고, 국립국어원 역시 매해 수십 개의 신어를 검토해 표준 자료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조어의 사전 등재에는 언제나 논란이 뒤따릅니다. 어떤 단어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빈도가 높음에도, 차별적·비하적 요소가 강해 공식어로 삼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죠. 이 글에서는

신조어가 어떻게 사전에 실리는지,

실제 등재 사례,

그리고 큰 논란이 된 단어
를 중심으로 신조어의 공식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전에도 실렸다?! 신조어의 공식화 과정과 논란
사전에도 실렸다?! 신조어의 공식화 과정과 논란

 

신조어가 표준어가 되기까지: 공식화 과정

흔히 “사전에 실렸네?” 하면 무심코 넘어가기 쉽지만, 사실 신조어가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국립국어원의 자료집에 등재되기까지는 꽤 까다로운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국립국어원에서는 언론, 방송, SNS, 블로그, 출판물 등에서 지속적이고 폭넓게 쓰이는 신조어를 모니터링해 목록을 작성합니다.
그다음 심사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따져 등재 여부를 판단합니다.

 

사용 빈도: 단기간 유행이 아니라, 꾸준히 쓰이는가?

언어적 안정성: 표기나 발음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는가?

사회적 수용 가능성: 차별·비하·선정성이 지나치지 않은가?

문화적 영향력: 새로운 사회현상을 설명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전달하는가?

 

이 과정을 통과하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거나, 국립국어원의 “신어자료집”에 우선적으로 수록됩니다.
여기에서 등재된 단어는 학교 교육이나 공공문서, 언론기사 등에서 표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또한 국립국어원은 등재 이후에도 주기적인 검토를 통해 사어(死語)가 된 단어를 제외하거나, 의미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즉, 한 번 실린다고 영원히 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계속 업데이트가 이루어집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신조어 사례

그럼 실제로 어떤 신조어가 사전에 채택됐을까요? 생각보다 익숙한 단어들이 이미 등재되어 있습니다.

짤: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이미지나 짧은 동영상

덕후: 특정 취미나 분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

먹방: 음식을 먹는 방송 콘텐츠

혼밥: 혼자 밥을 먹는 것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사바사: ‘사람 by 사람’의 줄임말로,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

TMI: Too Much Information, 필요 이상의 정보

 

이런 단어들은 5~10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인터넷 속어로 치부됐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면서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로 올라갔습니다.

특히 먹방이나 짤처럼 한국 인터넷 문화에서 독창적으로 발전한 단어들은, 한류 콘텐츠를 타고 해외로도 전파되면서 문화어로서의 가치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조어가 사전에 등재된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의 정의를 넘어서, 세대·문화의 흐름을 인정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국립국어원 역시 “새로운 세대의 언어를 공적인 기록으로 남긴다”는 취지에서 적극적으로 신어를 발굴·수용하고 있는 셈이죠.

 

논란이 된 단어들: 혐오·차별의 경계

그러나 모든 신조어가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혐오나 차별적인 표현이 섞인 신조어들은 등재 과정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무지성: 깊이 생각하지 않고 따라한다는 의미지만,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조롱할 때 쓰임

틀딱: ‘틀니 낀 딱딱이’의 줄임말로, 노인을 비하

급식충: 중·고등학생을 벌레처럼 낮춰 부르는 말

꼰대: 권위주의적 태도의 기성세대를 부정적으로 표현

 

이런 단어들은 실제로 젊은 층에서는 널리 쓰이지만, 국립국어원과 전문가 집단에서는 혐오 표현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가를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예를 들어 “틀딱”의 경우, 60대 이상을 싸잡아 모욕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반면 “꼰대”는 이미 사회적으로 고착화돼 일상어처럼 쓰이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로 표준 등재를 망설이고 있죠.

 

▍등재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사회적 논쟁
일부 전문가들은 “차별적 요소가 있는 단어라도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자료로 등재해야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사전에 실린다고 해서 사용을 권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오히려 어원·용례를 기록해두어야 나중에 사회학적 연구 자료가 될 수 있다는 논리죠.

반면, 혐오 표현이 사전에 올라가면

 

“공식적으로 써도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실제로 특정 계층에 대한 멸칭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국립국어원 역시 이런 문제를 의식해, 논란이 큰 단어의 경우 용례는 자료집에만 수록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언어의 기록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가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마무리: 신조어 등재, 언어 변화의 증거이자 고민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 하죠. 과거에도 “삐삐”, “컴퓨터”처럼 처음에는 낯설던 단어가 표준어가 되었듯, 앞으로도 새로운 신조어는 계속 등장하고 사전에 실릴 것입니다.

하지만 특히 혐오·차별적 뉘앙스를 가진 단어는 사전에 올릴지 말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의 변화는 존중하되, 공식 언어로서의 책임을 고민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국립국어원이나 표준국어대사전이 하는 역할은 단순히 ‘말을 정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담아내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신조어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설명을 달고 공식화될지 주목할 만합니다.